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했습니다. 1999년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1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에도 0.25%p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한 달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한 번에 0.5%p를 올린 것도, 3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도 모두 처음입니다.
이번 빅스텝 단행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6.0%를 기록한데다, 같은 달 기대 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도 4%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보이는 등 고물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은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p로 좁혀졌습니다.
문제는 연준이 7월 FOMC에서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까지 높아집니다. 한은의 빅스텝에도 금리 역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자극할 수 있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연일 웃돌며 연고점을 갱신하는 중입니다.
한편,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기준금리의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원론적으로 보면 한은의 8월 통화정책은 미국과 한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은은 당분간 고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긴축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기재 talkers2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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