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직장 내에서 맡은 일에만 집중하고 그 이상의 회사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업무 풍조를 뜻한다. 회사를 퇴직하겠다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퇴사는 하지 않되 그에 준하는 태도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업무 성과에 몰두해 일에만 집중하는 대신에 일상의 다른 부분에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겠다는 것이다. 조용한 퇴직은 전세계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 등으로 업무 헌신도가 낮아지면서 조용한 퇴직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 속에서 퇴사가 늘고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초과근무, 조직에 대한 충성 등 기존 관념에 대한 거부가 나타났다. 하지만 당장 퇴사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직장인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퇴사는 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에 경계선을 긋게 된 것이다. 또한 회사의 인력 감축과 잦은 구조조정은 직장인들에게 무력감과 회의감을 선사했고, 남겨진 이들에게 업무가 가중되자 과로와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이에 직원들은 점차 조용한 퇴직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용한 퇴직은 미국의 한 20대 엔지니어가 짧은 동영상을 SNS에 게시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영상은 일과 삶을 분리할 필요가 있으며, 당신의 성과가 곧 당신의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 직장인 사이에서 조용한 퇴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재 talkers2017@naver.com